매거진 | WAB 매거진 | 이달의 아티스트 '바리톤 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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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perama 작성일2023-03-23 조회1,89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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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B 매거진에서 3월에 소개해드릴 아티스트는 바리톤 고성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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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탈리아 출신인 20세기 최고의 바리톤 성악가, 피에로 까푸칠리가 인정한 유일한 바리톤이 고성현이라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처음 그 분 집으로 레슨을 갔을 때 저에게 “넌 누구냐?”고 하셔서 “한국에서 온 바리톤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뭐? 내 앞 바리톤이 있어? 이 세상에 바리톤은 나밖에 없어”라고 말씀하셨어요. 오랫동안 공부하며 꿈꾸던 사람이 앞에 있으니 그 모습마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한국에서 온 가수라며, 충고를 받고 싶다고 말했더니 딱 한곡만 들어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몇 곡을 들으신 줄 아세요? 연달아 총 8곡을 들으셨어요. 그리고 첫 번째 노래를 마친 뒤, 아내한테 달려가 한국에서 온 바리톤 소리를 같이 들어보자고 하셨습니다.
“마에스트로, 저 어떻게..바리톤 노래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자기 입으로 바리톤이라고 부른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그분은 세계 3대 바리톤이라 말하는 토마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브린 터펠은 바리톤이라고 말씀 안하셨는데, 저는 바리톤으로 인정해주신 거죠. 그 기쁨은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Q. 언제부턴가 고성현의 예술은 클래식의 장르를 초월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진짜 노래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노래든지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법정스님께서 그랬잖아요. 스님이 스님답고 목사가 목사다워야 하듯이 노래쟁이는 노래쟁이다워야 한다고요. 참 신기한데요. 노래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세상모든 것들이 다 예뻐 보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다 노래가 되거든요.
성악가라면 흔히들 아리아나 가곡만 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성악가는 ‘소리의 달인’이 되어야하는 것이죠. 경지에 이르면 조용필, 나훈아, 김광석, 송창식 등 이런 노래도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당신도 움베르토 조르다의 안드레아 셰니에에 나오는 조국의 적도 한번 해봐.”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달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부끄럽지 않은 아름다움을 꿈꾼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성악가는 고대 로마의 검투사 같은 존재예요. 적게는 2천 명, 많게는 수만 명 앞에서 싸워야 하니까요.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소리와 음악이 없다면, 물소 떼처럼 무대로 달려들 것만 같은 관객 앞에 서는 저는 부끄러운 존재가 되는 거예요. 해외 무대에서는 더 그렇겠죠.
저는 늘 제가 가진 능력의 최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마지막 결투를 마친 뒤 홀연히 자리를 떠나는 서부 영화 주인공처럼, 어떤 미련과 후회도 남지 않도록 무대에서 온 힘을 다하는 것이죠. 그래서 성악가로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바랍니다. 소풍 마치는 그날까지 그렇게 ‘노래하면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 본 게시물은 2021년 출간된 '클래식 유나이티드1<Classic United>' 저서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