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의 오페라 9단] 리골레토, 풍자 미학의 절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operama 작성일2017-02-28 조회8,088회관련링크
본문
(서울=국제뉴스) 정경 칼럼니스트 = 이야기는 만토바 궁전의 호화로운 무도회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음식과 술,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연회에서 만토바 공작은 마음껏 바람기를 드러내며 최근 연애담을 아첨꾼 보르사에게 들려준다.
이 둘은 귀족적인 면모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외설적이고 저속한 대화를 끊임없이 지속한다. 공작과 보르사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여러 여인들 기사와 함께 지나가고, 보르사는 공작에게 저들 중 누가 가장 아름답냐고 묻는다. 이에 공작은 단연 체프라노 부인이 가장 아름답노라고 답한다.
곧이어 공작은 체프라노 백작 부인에게 접근한다. 자신의 호색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는 아리아, '이것도 저것도(Questa o quella)'를 부르며 백작 부인에게 수작을 거는 공작에게 백작 부인은 남편인 체프라노 백작을 따라가야 한다며 거절의 의사를 표하지만 공작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공작에겐 늘 자신의 욕망이 최우선 순위였고 윤리나 도덕 따위의 가치는 이미 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결국 백작 부인은 공작의 손에 이끌려 연회를 떠나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체프라노 백작은 묵묵하게 화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꼽추 광대, 리골레토는 백작에게 슬며시 접근한다. 공작의 권세를 등에 업고 백작을 조롱하는 리골레토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난 체프라노 백작은 결국 무도회장 밖으로 뛰쳐나간다.
공작은 리골레토에게 백작 부인을 유혹할 방법을 구하면서 그녀의 남편을 어떻게 해야 좋겠냐고 묻는다. 이에 리골레토는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며 체프라노 백작을 조롱하고, 이 모습을 본 체프라노 백작은 검을 뽑으려 들지만 리골레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장난이 너무 지나쳤다고 느낀 공작은 리골레토를 뜯어말린다.
그 순간 몬테로네 백작이 등장해 자신의 딸을 희롱한 공작을 비난하기 시작하고, 리골레토는 ‘은혜도 모르는 당신 딸의 잘난 명예만 생각하냐’면서 몬테로네 백작을 조롱하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공작의 성은을 입고 나중에 손자가 태어나면 몬테로네 가문에도 좋은 일일 것인데 지나치게 심각하게 구는 것 아니냐는 의미였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는 공작과 리골레토의 태도에 분노한 몬테로네 백작은 아버지의 고통을 모르고 비웃는 리골레토에게 저주가 내릴 것이라고 외치며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저주를 퍼붓는다. 몬테로네 백작은 이 사건으로 공작의 눈 밖에 나고 저주를 받은 모두가 그에게 분노하지만 리골레토만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가던 리골레토에게 스파라푸칠레가 다가와 자신을 살인청부업자라고 소개하며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여동생인 막달레나가 죽일 사람을 유혹해 집으로 끌어들이면 조용히 처리하겠다면서 리골레토를 설득한다. 스파라푸칠레가 떠나고 리골레토는 어릿광대로 굴욕적인 생활을 한 자신을 삶을 되돌아보며 회한에 빠지고, 동시에 몬테로네가 자신에게 내린 저주에 대해 깊이 숙고하기 시작한다.
그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딸인 질다뿐이었다. 리골레토는 질다를 자신의 생명이자 희망으로 여기지만 그 마음에는 어딘가 수상쩍은 구석이 있었다. 리골레토는 질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질다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고,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리골레토의 추억 이야기를 들으며 질다는 슬픔에 잠긴다. 리골레토는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질다와 그녀의 심복인 조안나에게 신신당부한다.
이 모든 장면을 엿들으며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는 바로 만토바의 공작이었다. 그는 교회에서 마주친 질다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참에 그녀가 리골레토의 딸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된다.
리골레토가 사라지자마자 공작은 자신을 가난한 학생으로 소개하며 질다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극 초반 공작은 무도회장에서 연애담을 풀어놓으며 교회에서 만난 여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그녀가 바로 질다였던 것이다.
둘은 사랑을 속삭이며 '마음의 태양은 생명과 사랑(E il sol dell'anima)'을 부르기에 이른다. 자신의 이름을 묻는 질다에게 공작은 자신을 괄티에르 말데라고 소개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오고 공작은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물러난다.
인기척을 낸 이들은 체프라노 백작과 마룰로 등 공작의 신하들이었다. 그들은 리골레토를 골려주기 위해 연인을 납치하려고 그의 자택으로 몰려온 것이었다. 그 누구도 질다가 리골레토의 딸인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체프라노 백작을 납치하러 가는 중이라며 리골레토를 불러낸 일행은 깜빡 속아 넘어간 리골레토에게 복면을 씌우고 리골레토의 애인이라 믿었던 질다를 납치한다. 그제야 리골레토는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질다를 찾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리고 몬테로네의 저주를 떠올리며 치를 떤다.
◇ 제2막
공작은 질다가 납치된 사실을 듣고 비통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마침 신하들이 몰려와 리골레토의 애인을 유괴해 왔다는 보고를 올리고, 의아하던 공작은 그녀가 질다인 것을 알자 크게 기뻐한다. 그는 질다가 감금된 방으로 단숨에 달려간다.
공작이 퇴장한 궁전에 분노한 리골레토가 나타나 질다를 찾아 헤맨다.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해 다급해진 리골레토는 신하들에게 자신의 딸을 내놓으라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신하들은 그가 찾고 있는 것이 연인이 아닌 딸이라는 말에 대경하여 질다가 공작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이에 분노한 리골레토는 공작의 방으로 달려가려 하지만 모두에게 저지당하고, 리골레토는 분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며 신하들을 원망한다. 이때 등장하는 곡이 바로 '저주받을 가신이라는 종족(Cortigiani, vil razza dannata)'이다.
마침내 공작과 함께 방에 있던 질다가 문을 열고 나와 리골레토와 마주치고, 리골레토는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을지 짐작한다. 격분하는 그에게 질다는 울음을 터뜨리며 그간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한다.
딸을 데리고 나가려던 리골레토는 공작을 모독한 죄로 감옥으로 끌려가는 몬테로네 백작과 마주친다. 백작은 악행을 저질러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부정의한 세상에 자포자기한 모습이었다. 리골레토는 이 모든 일들이 그의 저주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 생각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 제3막
리골레토는 복수를 위해 스파라푸칠레에게 살인을 청부한다. 그러나 리골레토의 딸인 질다는 공작의 사랑이 진심이라고 믿었으며, 이에 리골레토는 술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보여준다. 질다는 공작이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막달레나를 유혹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크게 실망한다. 리골레토는 딸에게 남성용 망토를 쥐어주며 오늘 밤 베로나로 떠나라고 한 뒤,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을 꼭 죽여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람둥이 공작은 태평했다. 오히려 술에 취해 자신의 여성관을 노래한다. 이 곡이 바로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이다. 공작의 유혹에 넘어간 막달레나는 오빠인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을 죽이지 말 것을 권하지만 스파라푸칠레는 이미 성립된 거래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답한다.
그러자 막달레나는 공작 대신 잔금을 치르러 올 리골레토를 죽이자고 하지만 스파라푸칠레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막달레나는 제발 공작을 살려달라며 읍소를 하고, 결국 여동생의 간청을 이기지 못한 스파라푸칠레는 공작 대신 술집에 들어오는 첫 번째 남자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누군가 이 모든 대화를 엿듣고 있었으니 바로 리골레토의 딸인 질다였다. 공작 대신 자기가 희생할 것을 결심한 그녀는 천둥이 울리는 가운데 막달레나의 집으로 들어간다. 이 사실을 모르던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에게 잔금을 치르고 시체가 든 자루를 받아 간다.
복수가 성공적으로 끝나 기뻐하던 리골레토는 갑작스레 들리는 노랫소리에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춘다. 바로 공작이 부르는 노래가 들려온 것이었다. 리골레토는 설마 하며 자루를 열어 시신을 확인하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자신의 딸을 발견한다.
그리고 질다는 죽어가면서도 여전히 리골레토에게 공작을 용서해달라며 애원한다. 결국 질다는 숨이 끊어지고, 리골레토는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를 울부짖으며 그녀의 유해 위에 쓰러지고 만다.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둘은 귀족적인 면모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외설적이고 저속한 대화를 끊임없이 지속한다. 공작과 보르사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여러 여인들 기사와 함께 지나가고, 보르사는 공작에게 저들 중 누가 가장 아름답냐고 묻는다. 이에 공작은 단연 체프라노 부인이 가장 아름답노라고 답한다.
곧이어 공작은 체프라노 백작 부인에게 접근한다. 자신의 호색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는 아리아, '이것도 저것도(Questa o quella)'를 부르며 백작 부인에게 수작을 거는 공작에게 백작 부인은 남편인 체프라노 백작을 따라가야 한다며 거절의 의사를 표하지만 공작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공작에겐 늘 자신의 욕망이 최우선 순위였고 윤리나 도덕 따위의 가치는 이미 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결국 백작 부인은 공작의 손에 이끌려 연회를 떠나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체프라노 백작은 묵묵하게 화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꼽추 광대, 리골레토는 백작에게 슬며시 접근한다. 공작의 권세를 등에 업고 백작을 조롱하는 리골레토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난 체프라노 백작은 결국 무도회장 밖으로 뛰쳐나간다.
공작은 리골레토에게 백작 부인을 유혹할 방법을 구하면서 그녀의 남편을 어떻게 해야 좋겠냐고 묻는다. 이에 리골레토는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며 체프라노 백작을 조롱하고, 이 모습을 본 체프라노 백작은 검을 뽑으려 들지만 리골레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장난이 너무 지나쳤다고 느낀 공작은 리골레토를 뜯어말린다.
그 순간 몬테로네 백작이 등장해 자신의 딸을 희롱한 공작을 비난하기 시작하고, 리골레토는 ‘은혜도 모르는 당신 딸의 잘난 명예만 생각하냐’면서 몬테로네 백작을 조롱하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공작의 성은을 입고 나중에 손자가 태어나면 몬테로네 가문에도 좋은 일일 것인데 지나치게 심각하게 구는 것 아니냐는 의미였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는 공작과 리골레토의 태도에 분노한 몬테로네 백작은 아버지의 고통을 모르고 비웃는 리골레토에게 저주가 내릴 것이라고 외치며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저주를 퍼붓는다. 몬테로네 백작은 이 사건으로 공작의 눈 밖에 나고 저주를 받은 모두가 그에게 분노하지만 리골레토만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가던 리골레토에게 스파라푸칠레가 다가와 자신을 살인청부업자라고 소개하며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여동생인 막달레나가 죽일 사람을 유혹해 집으로 끌어들이면 조용히 처리하겠다면서 리골레토를 설득한다. 스파라푸칠레가 떠나고 리골레토는 어릿광대로 굴욕적인 생활을 한 자신을 삶을 되돌아보며 회한에 빠지고, 동시에 몬테로네가 자신에게 내린 저주에 대해 깊이 숙고하기 시작한다.
그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딸인 질다뿐이었다. 리골레토는 질다를 자신의 생명이자 희망으로 여기지만 그 마음에는 어딘가 수상쩍은 구석이 있었다. 리골레토는 질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질다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고,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리골레토의 추억 이야기를 들으며 질다는 슬픔에 잠긴다. 리골레토는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질다와 그녀의 심복인 조안나에게 신신당부한다.
이 모든 장면을 엿들으며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는 바로 만토바의 공작이었다. 그는 교회에서 마주친 질다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참에 그녀가 리골레토의 딸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된다.
리골레토가 사라지자마자 공작은 자신을 가난한 학생으로 소개하며 질다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극 초반 공작은 무도회장에서 연애담을 풀어놓으며 교회에서 만난 여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그녀가 바로 질다였던 것이다.
둘은 사랑을 속삭이며 '마음의 태양은 생명과 사랑(E il sol dell'anima)'을 부르기에 이른다. 자신의 이름을 묻는 질다에게 공작은 자신을 괄티에르 말데라고 소개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오고 공작은 아쉬워하며 자리에서 물러난다.
인기척을 낸 이들은 체프라노 백작과 마룰로 등 공작의 신하들이었다. 그들은 리골레토를 골려주기 위해 연인을 납치하려고 그의 자택으로 몰려온 것이었다. 그 누구도 질다가 리골레토의 딸인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체프라노 백작을 납치하러 가는 중이라며 리골레토를 불러낸 일행은 깜빡 속아 넘어간 리골레토에게 복면을 씌우고 리골레토의 애인이라 믿었던 질다를 납치한다. 그제야 리골레토는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질다를 찾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리고 몬테로네의 저주를 떠올리며 치를 떤다.
◇ 제2막
공작은 질다가 납치된 사실을 듣고 비통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마침 신하들이 몰려와 리골레토의 애인을 유괴해 왔다는 보고를 올리고, 의아하던 공작은 그녀가 질다인 것을 알자 크게 기뻐한다. 그는 질다가 감금된 방으로 단숨에 달려간다.
공작이 퇴장한 궁전에 분노한 리골레토가 나타나 질다를 찾아 헤맨다.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해 다급해진 리골레토는 신하들에게 자신의 딸을 내놓으라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신하들은 그가 찾고 있는 것이 연인이 아닌 딸이라는 말에 대경하여 질다가 공작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이에 분노한 리골레토는 공작의 방으로 달려가려 하지만 모두에게 저지당하고, 리골레토는 분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며 신하들을 원망한다. 이때 등장하는 곡이 바로 '저주받을 가신이라는 종족(Cortigiani, vil razza dannata)'이다.
마침내 공작과 함께 방에 있던 질다가 문을 열고 나와 리골레토와 마주치고, 리골레토는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을지 짐작한다. 격분하는 그에게 질다는 울음을 터뜨리며 그간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한다.
딸을 데리고 나가려던 리골레토는 공작을 모독한 죄로 감옥으로 끌려가는 몬테로네 백작과 마주친다. 백작은 악행을 저질러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부정의한 세상에 자포자기한 모습이었다. 리골레토는 이 모든 일들이 그의 저주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 생각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 제3막
리골레토는 복수를 위해 스파라푸칠레에게 살인을 청부한다. 그러나 리골레토의 딸인 질다는 공작의 사랑이 진심이라고 믿었으며, 이에 리골레토는 술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보여준다. 질다는 공작이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막달레나를 유혹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크게 실망한다. 리골레토는 딸에게 남성용 망토를 쥐어주며 오늘 밤 베로나로 떠나라고 한 뒤,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을 꼭 죽여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람둥이 공작은 태평했다. 오히려 술에 취해 자신의 여성관을 노래한다. 이 곡이 바로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이다. 공작의 유혹에 넘어간 막달레나는 오빠인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을 죽이지 말 것을 권하지만 스파라푸칠레는 이미 성립된 거래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답한다.
그러자 막달레나는 공작 대신 잔금을 치르러 올 리골레토를 죽이자고 하지만 스파라푸칠레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막달레나는 제발 공작을 살려달라며 읍소를 하고, 결국 여동생의 간청을 이기지 못한 스파라푸칠레는 공작 대신 술집에 들어오는 첫 번째 남자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누군가 이 모든 대화를 엿듣고 있었으니 바로 리골레토의 딸인 질다였다. 공작 대신 자기가 희생할 것을 결심한 그녀는 천둥이 울리는 가운데 막달레나의 집으로 들어간다. 이 사실을 모르던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에게 잔금을 치르고 시체가 든 자루를 받아 간다.
복수가 성공적으로 끝나 기뻐하던 리골레토는 갑작스레 들리는 노랫소리에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춘다. 바로 공작이 부르는 노래가 들려온 것이었다. 리골레토는 설마 하며 자루를 열어 시신을 확인하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자신의 딸을 발견한다.
그리고 질다는 죽어가면서도 여전히 리골레토에게 공작을 용서해달라며 애원한다. 결국 질다는 숨이 끊어지고, 리골레토는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를 울부짖으며 그녀의 유해 위에 쓰러지고 만다.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