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인터뷰]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스마트폰 이어 기기간 소통 가능한 사물인터넷 시대로의 변화 맞는다"

빈트 서프는 구글의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다. 구글에서 인터넷의 미래에 관한 독창적 연구를 총괄한다. 그는 ‘인터넷의 아버지’라는 칭호로 더 유명하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서프 부사장은 UCLA에서 컴퓨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 국방부의 첨단연구 프로젝트국(ARPA)에서 수퍼컴퓨터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창간 특집 인터뷰]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스마트폰 이어 기기간 소통 가능한 사물인터넷 시대로의 변화 맞는다"

1969년 UCLA와 스탠포드, 유타대학, UC 산타바바라 등 4개 대학을 잇는 아르파넷을 개발한다. 아르파넷이 바로 인터넷의 전신이다. 1973년 서프 부사장은 동료인 칸과 함께 TCP/IP 프로토콜 및 인터넷 기본 구조를 공동 설계했다. 인터넷의 시작인 셈이다.

그는 2005년부터는 구글의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로서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인터넷의 미래를 강연하고 있다. 서프 부사장에게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물었다. 또 인터넷 산업의 유망 분야와 한국의 가능성도 들었다.

“인터넷은 파괴에서 새로운 혁신을 가져왔다”

Q: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방식이 바뀌었다. 뉴스를 읽고, 물건을 사고, 여행을 하고, 영화를 보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지금까지의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의 삶에 어떤 영향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가장 빨리 영향을 받고 변화할까. 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분야를 꼽는다면.

A:인터넷, 특히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애플리케이션은 확실히 여러 방면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여태껏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했던 사람도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음 주자는 사물인터넷이 될 것이다. 가정, 직장, 차량, 혹은 신체 위에서 사용되던 기존 전자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된다. 평범한 다른 기기와 소통을 가능케 하는 사물인터넷은 사람들이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 통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을 것이다. 물론 이는 안전, 보안 및 사생활에 대한 우려 역시 낳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더 안전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또 디지털과 바이오 기술이 결합돼 건강 문제의 접근법도 변한다. 건강검진이나 장기이식, 혹은 심각한 건강 위협을 탐지해내는 기술이든 뭐든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질병을 감지하고 치료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청력 복구를 위한 달팽이관 이식, 시력 복구를 위한 각막 이식, 당뇨 치료를 위한 인공 인슐린 펌프 등은 시작일 뿐이다.

Q:15년 전에 구글, 10년 전에 페이스북이 만들어졌다. 6년 전에 휴대폰은 음성 통화와 문자 서비스가 전부였다. 불과 10여년 만에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기존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산업적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앞으로 어떤 분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까.

A:인터넷과 디지털 경제가 일부 업계에는 타격을 주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업종이라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디지털 영화 스트리밍과 넷플릭스의 출현을 보라. 종이책을 구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전자책은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는 출판물이 없어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 종이보다 디지털 미디어가 더 인기를 끄는 것이다. 온라인 서비스 발전은 눈부시다. 스마트폰 앱으로 하는 원격제어 및 모니터링 서비스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3D 프린터는 지금처럼 제품을 한 곳에서 집중 생산한 뒤 각지로 보내는 방식 대신 인터넷으로 디자인만 보내면 현지에서 제품을 만드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스마트홈과 스마트카는 모니터링, 자원 관리, 교통, 엔터테인먼트 등이 글로벌 정보망으로 연결된 스마트 시티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Q:전문가들은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는 미국 기업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가 강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나라도 인터넷 플랫폼 사업에서 세계의 주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을까.

A: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애플리케이션을 불러들이는 개방된 공간이다. 우리는 이를 ‘허락이 필요없는 혁신(Permissionless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 미국 회사가 앞서나가는 이유에는 좋은 사업 환경,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쉬운 자본 조달, 기술 외에도 사업, 영업, 마케팅,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좋은 노동력을 키워내는 대학 교육 등이 있을 것이다. 특정 국가가 인터넷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져오는 기회를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

“제조 강국 한국에는 소프트파워가 필요하다”

Q:미국은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곧 중국에 따라 잡힌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 인터넷 기반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 지배력을 회복했다. 미국이 인터넷 업계 디지털 자이언트를 많이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A:창업이 쉬운 사회적 분위기, 다수의 재능 있고 경험 있는 매니저, 능력 있고 교육을 잘 받은 노동 인구, 넘쳐나는 투자 자본, 활발한 주식 시장, 사업 실패를 용인하고 심지어 경험으로 여기는 문화가 모두 미국 인터넷 기업의 성공에 일조했다. 문화 장벽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러한 ‘성공 공식’이 다른 나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Q:세계가 변화를 주도하는 실리콘밸리를 주목한다. 특히 실리콘밸리는 인터넷 문화와 산업을 꽃피우고, 21세기형 인재들을 키워낸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인터넷 DNA, 디지털 DNA는 무엇인가.

A:새로운 산업이 서로 다른 층을 대상으로 서비스, 소프트웨어 혹은 장비를 제공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의 ‘다층 구조(layered architecture)’ 인식이 높아졌다. 인터넷의 모든 층위에서 많은 회사가 경쟁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 기업은 다층의 표준화된 구조가 제공하는 열린 기회들을 잘 이해하고 있다.

Q:인터넷 산업은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뒤를 이어 유럽과 한국, 중국 등 여러 나라가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의 발전을 위해 세계 각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조언을 한다면.

A:세계 각국은 인터넷 사용률 및 속도와 무선 인터넷 가용률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위험 감수를 장려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는 인터넷 연결에 의존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능력이 있지만 창업자를 돕는 기회와 지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업 관행과 금융 체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Q:한국은 하드웨어 제조가 강한 IT 강국이다. 그런데 세상의 중심이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로 옮겨갔다. 하드웨어 제조 기반의 기업이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A:소프트웨어가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키는 만큼 인터넷은 사실 소프트웨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 기반의 기업은 자사 기기를 프로그램화하고, 통신을 위해 인터넷에 연결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능력을 키우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로봇 산업과 3D 프린터를 고려해보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스타트업에게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Q:인터넷 역사상 가장 큰 혁신은 무엇인가.

A: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겠지만 그 이후로도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이 등장했다. 스트리밍 비디오의 출현 역시 우리가 비디오 미디어를 보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앞으로도 많은 혁신이 있을 것이다.

Q:인터넷은 많은 장점을 가진 동시에 단점도 적지 않다. 성인 콘텐츠가 아무 제한 없이 퍼지기도 하고 개인 사생활이 쉽게 공개되기도 한다. 이러한 단점들을 예측했는가.

A:인터넷은 매우 개방된, 신뢰받는, 학구적인 환경에서 개발됐다. 그곳에서의 ‘법적 화폐(coin of the realm)’는 정보의 교환이었다. 일반 대중에게 시스템 접근 권한을 부여했을 때 온라인 사회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를 위험에서 보호하면서 온라인 상에서의 자유발언권과 안전 역시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 중 일부는 두 단계 인증 사용, 알 수 없는 링크들을 클릭하지 않는 것, 스팸 및 피싱 메시지를 주의하는 것, 디지털 서명을 사용하는 것, 엔드 투 엔드(end-to-end) 방식의 암호를 사용하는 것 등 사용자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또 스스로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온라인에 콘텐츠를 올리기 전 주의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잘 고려해야 한다. 국경에 관계 없이 적용되는 법률 집행과 협력을 위한 협정 역시 필요하다. 단점을 모두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상의 기능 역시 심어놓았다.

Q:인터넷의 탄생과 성장을 목격했을 것이다. 지금과 과거 인터넷이 생겼을 때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는가. 또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A:무선 통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가정이나 직장, 차량 혹은 몸에 지니고 있는 스마트 기기가 모두 광범위한 통신 환경의 일부가 됐다. 우리는 대부분의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상호 작용한다. 표준은 제3자가 우리에게 중요한 기기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스마트홈, 스마트 도시, 스마트 국가가 만들어진다.

Q:당신은 행성간 인터넷(Interplanetary Internet)을 개발해왔다. 실생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들리는데, 이는 인류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A:우주 탐험에 쓰인다. 로봇을 제어하고 그들이 모으는 데이터를 회수하기에 필요하다. 행성 간 인터넷의 프로토콜은 제약 사항이 많은 지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다. 또 연결이 자주 끊어지는 이동 작전시에도 지체와 연결 두절을 방지하는 이러한 프로토콜이 도움이 될 것이다.

Q:구글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구글이 설립된 1998년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스타트업이 집중해서 개발해야 할 분야는 어떤 것인가. 미래의 스타트업은 어떤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가.

A:스타트업은 구글 혹은 다른 회사가 만드는 표준 플랫폼을 활용해왔다. 표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앱을 개발할 때 통신 시스템 구조 하위층을 고려할 필요를 없애주었다. 스타트업은 세상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고 경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제작을 목표로 해야한다.

Q:‘인터넷의 아버지’로서 스타트업과 창업가에게 기회를 준 인터넷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A:인터넷의 성장이 창업가들이 전 세계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많은 길을 열어줬다고 말할 수 있다. 인터넷은 매우 유연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또 개발될 것이다.

Q:한국의 스타트업 열기는 매우 뜨겁다. 구글은 최근 ‘캠퍼스 서울’ 설립을 발표했다. 인터넷 산업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과 창업가에게 조안한다면.

A:우선 성공적인 사업은 모두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 사용 가능한 벤처 캐피탈, 좋은 교육을 받은 인재들의 지속적인 공급, 그리고 시장으로의 접근 가능성에 의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인터넷 플랫폼이 주는 기회를 잘 알고 있고 국내, 국제 시장에서의 새로운 사업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Q:PC와 모바일 시대는 우리가 사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웨어러블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인가. 그렇다면 웨어러블 기술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약 웨어러블이 다음이 아니라면 다음 차례는 어떤 기술일까.

A:웨어러블이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건강 센서, 실시간 번역기, 지속적인 모니터링, 인터랙티브 검색(음성 검색 포함) 등이 이를 증명한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