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전국의 중·고등학교를 위한 프로젝트 오페라마 `골든 보이스`의 공연 취지에 대해서 들었다. 성인이 봐도 어려운 인식의 오페라를 과연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보면서 이해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당장 입시에 따른 준비를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오페라마 `골든 보이스`가 학생들의 진로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현재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상위 1%를 향한 입시 교육이다. 이는 소위 SKY라 불리는 대학에 본인이 원하는 학과를 합격해야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대학은 우리나라 최고수준의 연구 시설과 환경, 지도 교수가 있다. 또한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할 때 졸업한 학교와 동문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입시를 준비하는 모든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은 그곳에 입학하기를 희망한다. 바로 이 지점이다. 오페라마 `골든 보이스`는 본인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하지 못한 99% 학생들의 진로를 오페라 작품의 주인공을 통하여 접근하려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로시니(G. Rossini)는 도니젯티, 벨리니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 3대 작곡가로 불린다. 저명한 그의 오페라 중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세비야의 이발사`라는 작품이 있다. 주인공인 이발사는 `피가로`라는 사람이다. 당시 계급 사회에서 하인 계급에 속한 이발사를 왜 로시니는 주인공으로 선택했을까?

당시 유럽에서 `흑사병(黑死病)`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의사의 숫자가 부족했기에 칼과 가위를 쓰는 이발사도 수술에 투입되었다고 전해진다. 지금 우리의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다. 더불어 로시니가 피가로를 오페라의 주인공으로 낙점한 이유는 피가로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과 사랑의 `연결`이다. 그가 거주하는 지역의 왕과 귀족, 평민 등 모든 사람은 본인이 사랑하는 이성에게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사용했다. 핸드폰과 인터넷이 없던 시대이니 유일한 통로는 `연애편지`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비밀리에 편지를 전달하는 적임자는 피가로다. 피가로는 모든 사람들을 일대일로 만나 면도와 이발을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사생활인 편지를 은밀하게 전달 이 가능했다. 즉 그는 `매개(媒介)`였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다. 아마도 지금의 대한민국 중·고등학생의 평균 수명은 약 120세까지도 늘어날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그들의 미래는 지금처럼 은퇴할 때까지 한 개의 전공과 직업으로 사는 세대가 아니다. 최소 3번에서 5번의 직업이 바뀌는 사회다. 그렇기에 대학의 전공과 입학도 중요하지만 어떤 대학과 어떤 전공을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회와 상황에서 먼저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는 방법을 알아야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평가하는 행복한 직업의 기준은 높은 연봉과 환경, 직함과 명예로 압축된다. 하지만 비로소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선물하고 연결을 즐기며 행복해할 때 하인 계급임에도 불구하고 이발사 피가로는 그 어떤 사람보다 만족하지 않는가?

`골든 보이스(Golden Voice)`는 오페라에서 주역을 받은 가수 중에서도 1%의 황금빛 성대울림을 가진 자를 칭한다. 오페라마 `골든 보이스`는 본인이 원하는 입시에 합격하지 못한 99%를 위한 콘텐츠다. 입시는 인생의 일부분이다. 그들이 졸업 후, 공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갖는다면 그것이 `골든 보이스`다. 즉 오페라마를 통한 진로 확장의 미래학은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닌 본인이 맞이하는 전공과 만나는 사람과의 다양성에 대해 누구보다 기쁘게 발전시켜가는 자세다.

오늘은 이발사 피가로의 아리아 `나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만능일꾼(Largo al factotum)`을 들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새벽에 잠들기까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불림을 당하는 이발사 피가로. 그는 그가 사는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당신이 속해있는 그곳은 당신이 반드시 필요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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