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페라마 공연을 보면서 작곡가와 작품이 그 시대의 문제에 대해서 과감하게 파고든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시대의 문제는 무엇이며, 어떤 예술로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생각인지 궁금하다.

A.필자가 생각하는 우리 시대 가장 큰 문제점은 `공동체 의식`이다. 70년 전 광복 직후, 세계 경제 250위권에 머물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배고팠던 나라가 2018년 GDP가 세계 10위를 기록하며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시간에 산업화, 정보화를 거쳐 민주화를 이뤄냈다. 우리가 가진 국토의 면적과 인구, 남과 북의 분단 상황, 매년 50조 정도의 국방비 예산 등 이런 혼돈의 상황에서 이뤄낸 국가 발전 속도와 결과는 실로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아침 접하는 뉴스는 어떤가? 살인, 강간, 사기 등 우리는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불쾌한 뉴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인간은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스러운 사회 갈등은 예술가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미 경계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에 상응하는 기쁜 소식은 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경기 소식 정도로 느껴진다.

최근 국내 최대 이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과 검찰개혁에 대한 부분이다. 정치인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국민의 대표로 국가가 실행해야 할 각 분야의 정책을 보다 더 나아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운영하는 리더이다. 그 관점에서 현재의 문제는 파생되었고, 각 진영에서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우리는 고스란히 보고 느끼며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예술가로 살면서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다. 도저히 낼 수 없을 것 같은 소리와 프레이지(Phrase)와 레가토(Legato)를 구현하는 가수, 상상할 수 없는 속도와 박자감으로 악보를 뛰어넘는 연주를 선보이는 기악 연주자, 우주의 꿈틀거리는 이동의 파동과 기운이 느껴지는 광활한 울림의 관악 연주자, 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리듬을 선사하는 타악기 연주자, 이 모든 것을 연구하며 하나의 어우러짐을 그려내는 마에스트로 지휘자, 음악 분야 외에도 무용가, 미술가, 연출가, 극작가를 만나노라면 그 깊은 아름다움에 내가 알고 있는 데이터와 논리가 무력해지며 이상향의 세계를 맞이하게 된다. 타인의 특별함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나는 천국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뉴스를 접하는 현실은 광화문과 서초동에 누가 더 많은 숫자가 모였냐는 작금의 현실에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소식을 매일 접한다. 한 형제인 남과 북이 남의 손으로 나누어져 서로 총과 칼을 겨누고 있는 지금도 분통이 터지는데 이제 우리끼리도 이념과 진영의 논리로 서로 믿지 못한 채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사실이 초현실주의 공상과학 영화보다도 스펙터클하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결론은 공동체 의식이다. 전 세계의 주권을 쥐고 있던 유럽은 길어진 전쟁과 매너리즘으로 인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영국에서 파생된 미국은 소련과의 대립에서 승리하고 이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덩치가 커진 중국과 1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은 세계 경제 주도권을 위해 견제하고 있다. 어느덧 각각 세계 경제 2위와 3위로 올라온 중국과 일본을 볼 때 미국은 물론 유럽의 선진국들도 아시아로 향하는 흐름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는 동양을 주제로 두 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일본을 주제로 한 <나비부인(Madama Butterfly)>과 중국을 주제로 한 <투란도트(Turandot)>다. 그들의 인식에 아시아는 중국과 일본이 전부였고 한국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대중문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리드하고 있으며,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이루고 이제 비틀즈보다 유명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는 70년 만에 이룬 경제 성장의 쾌거와 맞먹는 무게감이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예술가이자 광대로 우리 사회를 칭찬하고 위로하고 싶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조상, 부모님은 영웅이다. 그 피를 이어받아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땀 흘리는 젊은 세대는 분명 더 잘 해낼 것이다. 그 어떤 나라도 이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나는 이 땅에 살아가는 예술가로 단순히 노래해서 먹고사는 가수가 아니라 우리 문화를 다양한 각도로 연구하고 혹시나 잊혀가는 고귀한 우리 문화와 공동체 의식을 다시금 찾아내어 국민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선물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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