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丁經, Claudio Jung)(www.claudiojung.com)
바리톤 성악가.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한 ‘오페라마(Operama)’를 창시했으며, 예술경영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사)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www.operama.org) 소장으로 한세대학교 예술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저서 ‘오페라마 시각(始覺)’.

▲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정경 소장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 예술과 상업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이 두 분야의 ‘공존’은 어색하고 낯설기만 하다. 이와 같은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예술과 상업의 기원(起源)에 대해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예술상인’의 개념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니체는 저서 ‘우상의 황혼’에서 예술이란 삶의 실천임과 동시에 삶 자체가 모든 예술적 활동의 장이 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니체의 이러한 주장은 예술의 기원과 궤를 함께한다.

사냥을 위해 그린 동물 벽화, 강우와 풍년을 염원하는 노래, 씨족의 안녕과 다산을 기원(祈願)하는 춤. 예술은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는 인간 존재의 원초적 욕망이 가장 순수하게 표현되는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상인의 기원은 이러하다. 고대 이스라엘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보면 상인을 ‘케난’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케난’은 ‘가나안 사람’을 일컫는 말로 이들은 해상 및 육상무역에 능통했다고 한다. 상인이란 곧 한낱 ‘장사꾼’이 아닌, 수완이 뛰어나고 매우 지혜로운 이들을 일컫는 말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삶’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오늘날 예술 행위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대인의 삶이 보다 풍족해지면서 예술작품 역시 이전보다는 좀 더 복잡다단한 삶의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

생존을 바탕에 두었던 기원적 예술의 본질은 삶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돈이 있어야 향유할 수 있는 부유층의 문화로 변모하였다.

이후 계급사회가 사라지고 민주주의 사회가 확립되면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가 등장한다. 그리고 대중예술은 상업주의와 결합하기 쉽다는 점에서 순수예술을 옹호하는 이들에게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러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예술가들이 ‘케난’의 지혜를 배워야 할 시점이다. 다른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내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도 챙길 줄 아는 상인 정신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또한 자본주의적 요소와 예술이 만났을 때 예술의 순수성이 퇴화하고 왜곡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초기 예술과 마찬가지로 상인들의 거래 행위 역시 의·식·주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예술과 상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을 추구했지만 결국 전제가 된 것은 ‘인간의 삶’이었다.

바로 이것이 ‘예술상인’의 출발점이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마치 공생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예술과 상업 사이에 다리를 놓고 그 괴리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술상인’은 여러 개념을 혼합한 혼재물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이 비롯한 하나의 기원에 대한 믿음을 바탕에 두고(正), 철학적인 사유를 전개하여(反), 결과적으로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는(合) 변증법을 근간에 두려 한다.

‘예술상인’인 나는 꿈꾼다. 인간적 가치들이 우선시되는 동시에 현실적 가치들도 버려지지 않는 사회를 구축한다면, 우리의 내일이 조금 더 안정을 찾고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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