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마 콘텐츠로 풀어보는 오페라 이야기

▲ 바리톤 정경 (사진=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

(서울=국제뉴스) 정경 칼럼니스트 =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17세기 스페인의 항구도시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제1막

알마비바 백작은 마드리드에서 마주친 로지나라는 여인에게 첫눈에 반해 청혼을 시도하지만 그녀의 후견인인 바르톨로 박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바르톨로의 통제로 인해 로지나는 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낭만적인 성격의 알마비바 백작은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진실한 사랑을 찾았다는 기쁨에 로지나의 집 앞을 기약 없이 서성인다.

백작에겐 오랜 친구이자 전속 이발사인 피가로라는 남성이 있었는데, 그는 이발사보다 중매쟁이로 더 재미를 보는 재주꾼이었다. 피가로는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귀족들과 친분을 쌓았고, 그들의 연애사에 적극 개입하여 여러 이득을 취하곤 했다.

비교적 제약 없이 여러 귀족들의 저택에 드나들 수 있었던 피가로는 마을 사람들의 스캔들까지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소개하며 부르는 아리아가 바로 '나는 거리의 만능 재주꾼(Largo al factotum)'이다.

피가로는 알마비바 백작에게 바르톨로가 그저 후견인에 지나지 않으며 로지나를 향한 엉큼한 욕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준다. 바르톨로는 실제로 아름다운 로지나를 향한 흑심은 물론 그녀의 재산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알마비바는 분노하지만 로지나에게 접근할 뾰족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한다.

이때 피가로가 기지를 발휘하여 백작에게 자신의 악기를 넘겨주고 로지나를 향해 노래를 부르라고 권유한다. 귀족의 신분이었던 백작은 피가로의 대담한 제안에 당황하지만 결국 그 이외의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가난한 학생 '린도르'로 속인 채 로지나를 향한 노래를 연주한다.

마음을 울리는 선율에 흥미가 생긴 로지나는 창가로 다가가지만 이내 누군가가 방안에 들어오는 탓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좌절한 백작을 위해 피가로는 또 다른 꾀를 내어 놓는다.

로지나의 집에 숙소를 배정받은 술 취한 군인으로 백작이 변장하여 접근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스페인 군대는 마을 근처에서 주둔할 때 숙박 허가증을 발급해 민간인의 집에서 묵기도 하였는데, 피가로는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여 백작을 도울 꾀를 낸 것이었다.

한편 로지나는 자신의 마음을 흔든 목소리의 주인공을 궁금해한다. 그녀는 '방금 전에 들려온 목소리(Una voce poco fa)'를 부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동시에 사랑과 자유를 쟁취할 것을 다짐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바르톨로 박사는 어떻게든 로지나와 결혼할 궁리만 하다가 로지나의 음악 선생인 바실리오로부터 로지나를 흠모하는 알마비바 백작이 세비야에 와 있다는 경고를 듣는다. 크게 놀란 바르톨로는 로지나와 즉시 결혼식을 거행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동시에 알마비바 백작을 제거하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하지만 이러한 음모를 엿들은 피가로는 로지나에게 바르톨로를 조심하라는 경고가 담긴 백작의 편지를 전달한다. 로지나는 기뻐하며 곧바로 답신을 작성하고, 피가로는 이를 꼭 백작에게 전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로지나의 저택을 떠난다. 바르톨로 박사는 피가로와 로지나가 무슨 대화를 했는지 궁금해하며 미심쩍어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술 취한 병사로 변장한 알마비바 백작이 등장하여 로지나에게 쪽지를 전달하며 접근하려고 하지만 바르톨로가 자신의 집은 병사들이 묵어가는 곳이 아니라며 그를 완강히 제지한다. 결국 자경단이 백작을 체포하려 출동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진다.

◇ 제2막

바르톨로 박사는 술에 취해 소란을 일으킨 병사가 백작이 보낸 스파이가 아닐까 의심한다. 백작과 피가로는 로지나에게 접근하기 어려워졌고, 이에 피가로는 다시 꾀를 낸다. 그는 알마비바 백작을 바실리오의 학생인 알폰소로 위장시켜 음악교사로서 로지나에게 접근시킨다.

다시 로지나의 집으로 향한 백작은 병석에 누운 바실리오를 대신해 로지나의 음악 교습을 하러 왔다고 말한다. 바르톨로는 그의 얼굴을 보고 낯이 익은 듯하다며 의심하지만 알마비바는 백작에게 온 편지를 빼돌렸다는 거짓말로 바르톨로를 속이고 로지나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다.

이와 동시에 피가로가 등장해 바르톨로 박사에게 면도를 권하고, 한사코 거절하는 박사에게 예약이 밀려있다고 압박하여 결국 박사를 속이는 데 성공한다. 이에 박사가 면도를 위해 준비하는 동안 피가로는 몰래 발코니 창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훔친다.

모든 것이 순조로이 흘러가는 찰나, 음악교사인 바실리오가 건강한 상태로 등장하고 만다. 백작과 로지나, 피가로는 모두 입을 모아 바르톨로가 성홍열을 앓고 있다며 바실리오에게 겁을 주어 바실리오를 황급히 집으로 돌려보낸다.

천신만고 끝에 피가로는 바르톨로의 면도를 시작하고, 면도에 붙잡힌 박사는 로지나와 알마비바 백작이 조우하여 도주할 계획을 짜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던 중 바르톨로는 문득 '변장'이란 단어를 주워듣고는 크게 놀라 모두를 내쫓는다.

초조해진 바르톨로는 바실리오를 시켜 공증인을 데려오도록 하고 당장 그날 저녁에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세운다. 바르톨로는 알폰소(알마비바 백작)에게 받은 거짓 편지를 로지나에게 보여주고, 이에 로지나는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하며 상처 입은 마음에 바르톨로와의 결혼에 동의하며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한편 알마비바와 피가로는 벽을 타고 저택을 기어 올라가 다시금 로지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백작은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로지나에게 들려주면서 사랑을 고백한다. 바실리오가 공증인과 도착하자 백작은 그를 협박해 오히려 바실리오를 자신과 로지나의 결혼의 공증인으로 세운다.

바르톨로 박사는 저항하려 하지만 알마비바 백작은 '더 이상 반항을 한다면(Cessa di più resistere)'을 부르며 박사에게 최후통첩을 날린다. 이에 결국 바르톨로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피가로와 로지나, 알마비바 백작은 행복한 결말에 환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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